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합니다. 영국의 시인 엘리어트는 '황무지'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우리에게는 더 잔인한 달입니다. 2014년 4월16일 단원고 학생 250명을 포함해 모두 304명의 생명이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잔인한 달 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은 독일의 시인 클롭슈토크의 '부활'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이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은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다시 일어서라, 다시 일어나... 가혹한 사랑의 투쟁 속에서, 나는 솟구쳐 오르리라... 일어서라 그래 다시 일어나, 그대 내 마음이여 어서 일어서라!" 이 교향곡은 죽음을 모티브로..
우디 앨런이 1979년에 만든 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앨런은 감독뿐 아니라 영화 속의 주인공 아이작 데이비스 역으로 직접 출연까지 합니다. 직업은 방송 코미디 작가인데 낭만적이고 수다스러우면서도 어린디 소심한 캐릭터입니다. 거대하고 휘황한 도시에서 뭔가 애정결핍 같은 것을 지니고 살아가는 뿔테안경을 쓴 약간 위선적인 지식인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영화는 바로 그 남자, 데이비스의 독백으로 막을 엽니다. 먼저 카메라가 뉴욕의 거대한 빌딩 숲과 사람들의 일상적인 풍경을 하나하나 더듬습니다. 마천루의 야경과 뒷골목의 주차장, 건설 현장과 노동자들, 시위하는 군중, 학교 수업이 끝나고 왁자하게 몰려나오는 아이들, 거리를 지나가는 예쁜 여자들, 키스하는 남녀, 브로드웨이의 명멸하는 입간판, '즐겨요 코카콜라' 광..
러시아의 20세기 작곡가들을 거론하면서 절대 빼놓고 갈 수 없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입니다. 그는 쇼스타코비치와 더불어 혁명기의 러시아, 이후의 스탈린 체제를 함께 겪었던 음악가였습니다. 쇼스타코비치보다 15년 연상이죠. 둘 다 20세기 새로운 음악 이른바 모더니즘을 지향했던 까닭에 소비에트의 통제적 분위기 속에서 내적 갈등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프로코피에프는 스탈린과 같은 날 세상을 떠났습니다. 1953년 3월 5일이었습니다. 사인은 뇌출렬이었습니다. 물론 독재자와 음악가의 '같은 날 죽음'이라는 사건은 어쩌다 일어난 우연일 겁니다. 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해 당대의 피아니스트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의 회고를 잠시 돌아볼 필요..
일본의 화가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채색목판화 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아주 유명한 그림입니다. 가츠시카는 후지산의 모습을 원경으로 바라봤습니다. 바로 눈앞에서는 집채만한 파도가 사납게 으르렁대고 세 척의 배가 풍랑에 휩쓸려 흔들리고 있습니다. 배가 거의 뒤집힐 것 같은 급박한 상황입니다. 개미만한 크기로 묘사된 배위의 사공들은 넋이 빠진채 어쩔줄 모릅니다. 그리고 멀리에서 머리에 흰 눈을 얹은 후지산이 그 모든 상황을 점잖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화면 중앙의 오른쪽 아래, 그 난리법석인 상황에서도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후지산의 모습이 작게 묘사돼 있습니다. 마치 파도 위에 오연하게 떠 있는 한 조각 섬 같습니다. 이 그림은 호쿠사이가 남긴 약 1,000장의 목판화 중에서도 특히 유명합니다. 계절에 따른 후지..
모차르트와 더불어 서양음악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베토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이기도 합니다. 베토벤의 삶은 그야말로 폭풍과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고통스런 유년시기와 불행으로 얼룩졌던 가족사, 작곡가로서 가장 청천벽력과 같은 고통인 청력상실 등 참으로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누구보다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환경에서 살아온 베토벤이었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절벽을 손톱만으로 찍어 오르는 듯한 고난과 고통을 겪으면서도 기어이 세계 음악사에 위대한 '승리자'로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사실 음악에 문외한 일지라도 그가 작곡한 "환희의 송가" 한 곡만 들으면 가슴 속에서 벅차게 밀려오는 감동과 흥분을 감출 수 없게 됩니다. 베토벤이 ..
3살 때 이미 신동이라 불렸고 5살 때 작곡을 했으며 7살 때 바이올린 소나타를, 8살 때는 교향곡을 작곡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12살에는 오페라까지 작곡한 서양음악사의 최고 천재 바로 모차르트(1756-1791)입니다. 그는 괴테의 표현대로 '능력을 가늠할 길이 없는' 그야말로 천재 중의 천재 작곡가였습니다. 오죽하면 '신이 인간에게 내린 최대의 축복' 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모차르트는 전 음악 장르에 걸쳐 걸작들을 남겼는데, 알려진 것만도 628여 작품에 이릅니다. 1756년 1월 27일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났으며 어려서부터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 피아노 연주실력이 놀라웠으며 작곡에도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습니다. 아버지 레오폴드는 어린 모차르트에게 철저한 음악 수업을 시켰습니다. 그래서 그는 유년 ..
'서양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음악가 바흐(1685-1750)는 1685년 독일 튜링겐 아이제나흐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가 바이올리니스트였으며 집안에 무려 30여 명의 음악가가 배출될 정도로 독일의 대표적인 음악가문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면서 열네 살 많은 큰형 크리스토프가 집안을 꾸려가야 했기 때문에 정규수업을 받기 힘들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습니다. 당대의 저명한 작곡가 파헬벨의 제자로 오르가니스트였던 큰형으로부터 오르간을 배우며 음악수업을 받았습니다. 소년시절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바흐는 스스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매일 유명 작곡가들의 악보를 필사하거나 편곡을 하면서 음악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특히 오르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여 당시 오르간의 대가인 라인켄의 오르간 연주를 듣기..
우리가 '클래식'이라는 용어를 쓸 때, 그것은 서양음악 전반을 가리키는 의미로 흔히 사용됩니다. 중세부터 바로크, 고전, 낭만, 현대 등 서양음악 전반을 통틀어 지칭하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클래식'이라는 말은 고전주의 음악을 지칭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오스트리아 빈에서 완성된 고전주의, 그러니까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의 시대를 관통했던 음악적 양식과 그 흐름을 일컫는 것입니다. 약간 무리가 있기는 하지만 바흐가 타계한 1750년부터 베토벤이 세상을 뜬 1827년까지를 고전주의 시대라 칭합니다. 사상적으로 계몽주의가 융성하고 시민계급이 새로운 시대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던, 이른바 근대의 초입입니다. 그런데 이 고전주의는 음악사의 사전적 의미를 종종 뛰어넘어 '어..
모차르트가 남긴 협주곡은 모두 40여 곡입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비롯해 호른, 클라리넷, 바순 같은 관악기들을 위한 협주곡도 있습니다. 물론 그중에서도 피아노 협주곡이 가장 많습니다. 30곡에 가깝습니다. 모차르트 본인이 피아노의 명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에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친근하게 여겼던 악기는 역시 피아노였던 까닭입니다. 어린 시절의 모차르트는 당연하게도 피아노의 조상 악기인 쳄발로(하프시코드)를 연주했을 것이고, 그 악기를 염두에 두고 곡을 썼을 겁니다. 기록에 따르자면 모차르트가 피아노(클라비어)를 처음 본 것은 1777년, 그러니까 스물한 살 때였다고 합니다. 당시의 모차르트는 매우 흥분해서 아버지에게 "이 악기는 대단합니다. 악기의 왕이 될 거예요.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답니다..
작가 안데르센은 30대 중반에 긴 여행길에 오릅니다. 1840년 10월31일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출발해서 독일과 이탈리아, 그리스를 거쳐 중동지역까지 건너갑니다. 이후에 오스트리가 빈을 통해 덴마크로 다시 돌아오는 9개월에 걸친 긴 여정이었습니다. 그는 당시의 여행에서 겪은 일들과 보고 들은 것들을 2년 뒤에 책으로 펴냅니다. '시인의 시장' 이라는 여행기인데, 그 여행기의 첫 번째로 등장하는 도시는 독일 함부르크입니다. 코펜하겐에서 출발한 지 엿새 뒤인 11월5일, 안데르센은 함부르크의 슈타트 론돈 호텔에 있었습니다. 사실 안데르센의 주머니 사정으로는 그 호텔에 묵을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곳을 찾아갔던 까닭은 리스트의 연주회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친구들이 뒷계단을 통해 무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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