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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음악가 바흐(1685-1750)는 1685년 독일 튜링겐 아이제나흐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가 바이올리니스트였으며 집안에 무려 30여 명의 음악가가 배출될 정도로

독일의 대표적인 음악가문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면서 열네 살 많은 큰형 크리스토프가 집안을 꾸려가야 했기 때문에 정규수업을

받기 힘들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습니다.

당대의 저명한 작곡가 파헬벨의 제자로 오르가니스트였던 큰형으로부터 오르간을 배우며 음악수업을 받았습니다.

소년시절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바흐는 스스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매일 유명 작곡가들의 악보를

필사하거나 편곡을 하면서 음악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특히 오르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여 당시 오르간의 대가인 라인켄의 오르간 연주를 듣기 위해 백리 길을 걸어가

연주를 듣고 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1703년 아른슈타트 신교회의 오르가니스트로 일하게되면서 음악 활동을 시작한 바흐는 이듬해 뤼베르크에서

당대 최고의 오르간 주자 북스테후데의 연주에 감명을 받아 더욱 열심히 오르간에 몰두합니다.

1707년에는 마리아 바르바라를 만나 결혼했으면 바이마르 궁정악사로 초대되면서 그의 음악 활동은 절정에

달하게 됩니다.

바이마르에서는 오르가니스트로 활약하면서 음악 작곡에 몰두했는데 이때 그의 음악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명성을 얻었으며 1717년에는 쾨텐 궁의 궁정악사로 자리르 옮기게 됩니다.

쾨텐은 경제적으로도 바흐에게 풍요함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교회음악 대신 세속음악을 만드는

계기가 된 곳이기도 했습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무반주 첼로 조곡>을 비롯하여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제1권과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클라비어 소곡집> 제1권 등의 역작이 이곳에서 작곡되었습니다.

쾨텐에서 첫 번째 아내와 사별을 하는 개인적인 불운을 겪게 되지만 그후 16살 연하인 안나 막달레나를 만나 재혼을 하며

더욱 왕성한 음악 활동을 펼쳤던 이 시기가 바흐에겐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후 바흐는 1723년에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 음악감독이 되었으며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활동하면서

<요한 수난곡>과 <마태 수난곡>, <골든베르크 변주곡>,<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제2권 푸가의 기법>과 같은 수많은

종교 음악과 칸타타 등의 걸작을 발표했습니다.

1749년 바흐는 지나치게 음악에만 몰두하여 실명 상태에 이를 정도가 되었으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결국 무리하게 작곡을 계속하던 그는 이듬해 7월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바흐는 철저한 기독교 신자로서 평생 동안 청교도적 경건함과 신성함을 토대로 신을 찬미하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데

헌신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음악은 종교음악이라고 한정지을 수 없는 독특한 매력과 보편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푸가의 대가'로 인정을 받았는데 이것은 그가 당대의 음악적 양식은 물론 전 시대의 음악 형식까지 모두

자신의 음악 안에서 통합시키고, 용해시켜 새로운 음악의 틀로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바흐는 복잡하고 극히 장식적인 선율이면서도 통일성을 잃지 않는 바로크 형식을 완성한 음악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피아노 반주 없이 바이올린 한 대로만 연주되는 바흐의 음악 중에서 사람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곡이 있습니다.

바로 '샤콘느(Chanconne : 바로크시대의 중요한 기악형식이었던 변주곡의 일종. 일정한 베이스(최저음)를 반복시키며

선율을 변화시켜 나가는 4분의 3박자의 느린 춤곡) 입니다.

이 곡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d단조>의 마지막에 놓여 있는, 그러니까 다섯 번째 악장입니다.

바흐 사후에 오랫동안 연주되지 않다가 브람스(Johannes Brahms(1833-1897)),

부조니(Ferruccio Benvenuto Busoni(1866-1924))에 의해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됐습니다.

'샤콘느'는 애초에 멕시코 지역에서 발원한 춤곡으로 17세기 무렵에 제국주의 강국이었던 스페인에 의해 유럽으로 전해집니다.

특히 스페인과 인접했던 프랑스 남부와 이탈리아에서 유행했습니다.

그런데 바흐의 '샤콘느'와 더불어 오늘날 우리가 애청하는 또 하나의 '샤콘느'가 있습니다.

바로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토마소 안토니오 비탈리(Tomaso Antonio Vitali(1663-1745))의 '샤콘느'입니다.

토마소 비탈리는 역시 작곡가였던 지오반니 비탈리(Giovanni Battista Vitali(1632-1692))의 아들이었습니다.

'비탈리 패밀리'는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의 유명한 음악 가문이었죠.

'샤콘느'의 작곡자로 알려져 있는(실제로는 그가 작곡하지 않았다는 '설'도 있습니다)토마소 비탈리의 아들도 역시

바이올린의 명수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쨌든, 오늘날 우리가 애청하는 이 또 하나의 샤콘느는 '비탈리의 샤콘느'라고 흔히 불립니다.

아마도 바흐가 작곡한 '샤콘느'와 구분하기 위해서인 듯합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비탈리의 '샤콘느'에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그만큼 곡의 선율이 진한 슬픔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일겁니다.

반면에 바흐의 '샤콘느'는 상당히 절제된 슬픔을 묘사하고 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비탈리가 슬픔을 날것 그대로 토해내는 것과 달리, 바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의 전체적 조화와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이탈리아와 독일의 감성적 차이일 수도 있을 겁니다.

바흐는 아무런 반주 없이 첼로 한 대만으로 연주하는 6곡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BWV. 1007-1012)을 썼던 것처럼

바이올린을 위해서도 역시 무반주 모음곡을 남겨 놓았습니다.

그것이 바로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인데, 소나타 3곡과 파르티타 3곡, 그러니까 전부 6곡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의 작곡 연대는 불분명합니다.

다만 바흐가 쾨텐 궁정의 악장이었던 시절(1717-1723년)의 전반기에 주로 작곡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렇다면 '무반주 첼로 모음곡'보다 조금 앞선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흐 작품번호(BWV.)도 '무반주 첼로 모음곡'보다 한 걸음 빠른 'BWV.1001-1006'입니다.

일각에서는 바흐가 첫 번째 아내인 마리아 바르바라(Maria Barbara Bach(1684-1720))를 잃은 슬픔을 '파르티타 2번'의

다섯 번째 곡 '샤콘느'에 투영하고 있다는 얘기를 종종 하곤 하는데, 그것을 정확한 사실로 인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물론 베를린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바흐의 자필 악보에는 '1720년'이라는 연대가 분명히 표기돼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해에 아내 마리아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바흐가 아내를 잃은 직후에 이 여섯 곡을 다 작곡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랫동안 작곡해온 것들을 자필 악보로 정리한 해가 1720년이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그러니 '아내를 잃은 슬픔을 담아낸 음악'이라는 표현에는 무리가 따르게 됩니다.

하지만 '샤콘느'에 은은한 슬픔이, 어찌 들으면 '비통'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마음이 꾹꾹 눌려진채 담겨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모두 여섯 곡으로 이뤄진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모두 들으려면 130분 가까운 시간이 걸립니다.

CD 두 장이 꽉 차는 분량입니다.

사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결국 시간을 투자하는 일입니다.

우선 그 여섯 곡 중에서 <파르티타 2번 d단조>를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 곡의 길이는 30분에 가깝습니다.

전부 다섯 악장(다섯 곡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중에서 마지막 악장 '샤콘느'가 가장 긴데 14분이 조금 넘습니다.

'파르티타(partita)'라는 말은 애초에 '변주곡'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였습니다.

바흐 시대에는 '모음곡'이라는 의미로 확장됐습니다.

다시 말해서 바흐의 파르티타는 '춤곡 모음곡'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오늘날의 속도 감각으로 보자면 매우 느린 춤입니다.

옛날 춤의 템포는 지금보다 느려도 한참 느렸습니다.

아울러 바로크 시대의 모음곡은 실제로 춤을 추기 위한 음악이라기보다 '감상용 춤음악'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파르티타 2번 d단조>는 '알르망드-쿠랑드-사라방드-지그'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춤곡 모음곡입니다.

춤곡 모음곡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메뉴만 간추렸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1곡 '알르망드'(allemande)는 독일에서 기원한 춤곡입니다.

약간 느릿한 템포에 묵직한 느낌입니다. 장중함과 강인함을 느끼게 하는 춤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곡 '쿠랑트'(courante)는 알르망드에 비해 템포가 한결 빨라지면서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풍깁니다.

활발하고 명랑한 느낌의 춤곡입니다.

이어지는 3곡 '사라방드'(saraband)는 매우 느린 3박자의 춤곡입니다. 서정적이고 부드럽습니다.

원산지는 페르시아인데 '샤콘느'가 그랬던 것처럼 스페인이 유럽 여러 지역으로 전파했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느린 템포 속에서 어떤 관능성 같은 것이 은근히 느껴집니다.

이어지는 4곡 '지그'(gigue)에서는 다시 템포가 빨라집니다.

그렇게 경쾌한 춤이 한바탕 펼쳐진 다음, 드디어 마지막 곡 '샤콘느'가 장중한 느낌으로 막을 올립니다.

거의 15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경배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짜릿한 기교가 펼쳐집니다.

 

(참고로 바흐의 음악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중 하나인 'G선상의 아리아'를 살펴보겠습니다.

바이올린의 현은 모두 4개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G현은 가장 낮은 소리를 냅니다.

음역이 높은 순으로 E현, A현, D현, G현 입니다.

따라서 'G선상의 아리아'는 음역이 가장 낮은 G현으로 연주하는 아리아(노래)라는 뜻입니다.

아리아(aria)는 이탈리아식 표기입니다. 프랑스어로는 에르(air), 영어로는 에어(air), 독일어로는 아리어(Arie)로 발음하죠.

이 'G선상의 아리아'는 원래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D장조>의 두 번째 곡 '에어'(air)입니다.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트 빌헬르미가 애초에 현악 합주로 연주하던 그 곡을 독주용으로 편곡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거의 20세기에 가까웠을 시기입니다.

'G선상의 아리아'가 오늘날 이토록 애청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여러가지 이유를 거론할 수 있겠지만,

일단 곡의 길이가 짧다는 점입니다. 이 곡의 연주시간은 5분을 채 넘기지 않습니다.

종종걸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잠깐 짬을 내서 듣기에 적절한 길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곡을 포함하고 있는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은 20분이 좀 넘습니다.

바흐는 라이프치히 시절(1723-1750)에 학생들로 이뤄진 연주단체 '콜레기움 무지쿰(Collegium Musicum)의 지휘자로도

활동했는데요, 그들을 이끌고 매주 한두 번씩 공개연주회를 개최했다고 합니다.

바흐가 그때 즐겨 연주했던 곡 중의 하나가 바로 <관현악 모음곡>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곡을 연주한 곳이 바라 '침머만 커피하우스'(Zimmermannsche Kaffeehaus)라는 곳입니다.

바흐 시대에 라이프치히에서는 커피가 상당히 유행했다고 합니다.

당시 유럽 사회에 불고 있었던 커피 문화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래서 이 도시에는 커피숍이 여러 곳 있었는데, 주로 젊은 지식인들이 모여 들어 커피를 마시면서 정치와 철학,

예술에 대해 담소하고 논쟁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고트프리트 침머만이 운영했던 침머만 커피하우스는 콜레기움

무지쿰의 콘서트로 유명했습니다. 바흐와 콜레기움 무지쿰이 매주 금요일 저녁에 출연하는 덕택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연주회에서는 '다 함께 즐기느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상례입니다.

악기 편성은 가급적 단출해야 했고 음악의 분위기는 자연스럽고 편안해야 했을 겁니다.

바흐의 칸타타 중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커피 칸타타>(BWV.211)도 바로 이곳에서 연주할 목적으로 작곡했을것으로 추정됩니다.

라이프치히 시절의 바흐가 침머만 하우스에서 연주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관현악 모음곡>은 가장 먼저 긴

'서곡'이 등장하고 이어서 몇 개의 짤막한 춤곡이 어어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전체 중에서 서곡의 비중이 가장 큽니다.

3번 D장조도 물론 그렇습니다. 연주시간 10여 분 가량의 서곡이 가장 먼저 등장합니다.

특히 3번 D장조의 서곡은 전부 네 곡으로 이뤄진 <관현악 모음곡>중에서도 규모 면에서 가장 웅장합니다.

시작은 장중하고 엄숙한 그라베(grave : 아주 느리고 장중하게), 이어서 현악 합주가 활기있는 리듬을 연주하는

비바체(vivace : 빠르고 경쾌하게)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그라베로 돌아오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2곡은 바로 'G선상의 아리아'로 널리 알려져 있는 '에어'입니다. 현악합주가  그 유명한 선율을 연주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빌헬르미는 이 곡을 G현으로 편곡했지만 실제로는 제1바이올린이 A현으로 연주하는 선율이

두드러집니다.

이어지는 3곡 '가보트(gavotte)는 프랑스풍의 춤곡인데 템포가 빠르고 활기가 넘칩니다.

4곡 부레(bourree)도 역시 프랑스에서 기원한 춤곡이죠. 이 곡도 템포가 빠르고 활달합니다.

5곡 지그(gigue)는 영국에서 발원한 춤곡입니다. 바흐는 이렇듯이 유럽 여러 지역의 음악을 하나로 통합해

자신의 음악적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서곡'과 '에어'에 이러지는 세 춤곡은 모두 흥겨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현악 합주와 팀파니가 흥겨운 리듬을 이끌고 트럼펫이 시원하게 울려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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