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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비발디 - 협주곡 '사계'

돌아온아톰 2017. 4. 23. 14:01

사람들은 비발디를 '빨강머리 사제'라고 불렀습니다.

아마 집안 내력인 것 같습니다. 그의 아버지인 조반니 밥티스타 비발디도 베네치아 성 마르코 대성당의

바이올리니스트였는데 그도 '로시'(Rossi)라는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로시'는 이탈리아에서 머리가 붉은 사람들에게 흔히 따라붙는 별칭입니다.

원래 직업은 이발사였는데, 뛰어난 바이올린 실력 덕분에 대성장 연주자로 스카우트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발디는 아버지로 부터 바이올린을 배웠습니다.

비발디가 카톨릭 사제로 출가했던 것은 열다섯 살이었던 1693년이었습니다.

어린 비발디는 사제수업 기간이었던 10년 동안 기숙사에 머물지 않고 집에서 학교를 오갔습니다.

스물다섯 살이던 1703년에 사제로 임명되기 했지만, 그 역시 지병을 이유로 사제의 의무에서

곧바로 면제됐습니다.

비발디가 스스로 밝힌 지병은 '천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천식이 심각했는지 아니면 꾀병이었는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비발디는 걸핏하면 미사를 빼먹었고 메조 소프라노 안나 테시에리 지로와 염문을 뿌리기도 했습니다.

비발디가 활동했던 시절을 이른바 '바로크시대'라고 합니다.

이 시기다 중세와 근대의 중간쯤이라 생각하면 되는데 이 시절의 음악가는 성당이나 궁정 혹은

귀족들의 후원을 받으면서 더불어 통제를 받으면서 일했습니다.

여전히 중세적 전통이 남아있던 이 시기에 가장 안정된 지위를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사회적

존경까지 받으며 음악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던 계층은 바로 성직자들 즉 사제들이었습니다.

비발디는 바로 그런 역사적 전통의 마지막쯤에 서 있는 음악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음악적 생애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피에타 음악원' 에서의 활동이 바로 그 지점을 잘 보여줍니다.

이곳은 원래 미혼모의 자식들과 고아들을 위한 보호시설이었습니다.

유럽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히던 환락 도시였던 당시의 베네치아에서는 버려지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전해집니다.

피에타 음악원은 그중에서도 여자아이들만을 받아들였습니다.

그 아이들은 모두 음악교육을 받았고 약 40명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활동했습니다.

지휘자는 수녀였습니다.

 

비발디는 1703년에 그곳에 바이올린 교사로 임명됐고 훗날엔 총책임자로 일했습니다.

그의 나이 60세였던 1738년에 해임됐으니 그곳에 머문 기간이 자그마치 35년이 넘습니다.

물론 때때로 너무 오랜 기간 자리를 비워서 지탄을 받기도 했지만 비발디의 거의 모든 음악이

피에타 음악원에 재임하던 시절에 작곡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으로 꼽히곤 하는 <사계>는 12곡으로 이뤄진

협주곡집 <화성과 창의에의 시도 Op.8>에서 1번부터 4번까지를 일컫습니다.

출판 연도는 1725년인데 작곡과 초연 연도는 불분명합니다.

사계절을 노래하고 있는 '소네트'를 소재로 삼아 곡을 붙였습니다.

독주 바이올린이 전면에 나서고, 현악기를 중심으로 한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라가 그 뒤를

받치는 협연이었습니다.

비록 악기편성의 규모는 작지만 화성이 풍부하고 선율에도 생동감이 넘쳐서 전혀 '작은 음악'의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시의 내용을 음악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사실상

표제음악(Program Music : 곡의 내용을 설명하거나 암시하는 표제로써 일정한 관념이나 사물을 묘사하려는 음악)

인 동시에 사계절의 변화를 선율과 화성으로 묘사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음으로 그려낸 풍경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계>에서 가장 유명한 '봄'의 1악장을 설명하는 소네트는 이렇습니다.

"봄이 왔다. 작은 새들은 즐거운 노래를 부르며 봄에게 인사한다.

시냇물은 산들바람과 상냥하게 얘기하며 흘러간다. 그러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인다.

폭풍우가 지나간 뒤, 작은 새들은 다시 아름다운 노래를 즐겁게 부른다."

특히 솔로 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새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시면 좋습니다.

이어지는 2악장은 "꽃들이 만발한 아름다운 목장에서 나뭇잎들이 달콤하게 속삭이고 양치기는 충실한

개를 곁에 둔 채 깊은 잠에 빠졌다"라는 소네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솔로 바이올린이 잠에 빠진 양치기를 묘사합니다.

비올라는 그 옆에서 '멍멍' 하고 짖는 개를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또 3악장은 봄날의 들판에서 벌어진 흥겨운 춤판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소네트입니다 "요정들과 양치기들은 눈부시게 빛나는 봄에 양치기가 부는 피리의 활기찬

음률에 맞춰 즐겁게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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