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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보다 훌륭한 음악을 모릅니다. 매일 들어도 좋을 거요. 인간이 이런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미래는 공포의 교향곡이 아닙니다.

미래는.... 베토벤입니다. 투쟁과 시련을 넘어 환희로! 미래는 자유 투쟁의 불꽃입니다"

러시아 혁명가 레닌이 했던 말입니다. 물론 레닌이 실제로 이와 똑같이 말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이는 1963년의 소련 영화 <아파시오나타>에 등장하는 대사입니다.

레닌은 혁명을 향한 열정이 약해질까 봐 음악을 일부러 멀리했다고 합니다.

그런 레닌마저도 유난히 좋아했던 <피아노 소나타 23번 f단조 열정>은 1년쯤 앞서 작곡했던

소나타 21번 C장조 '발트슈타인'과 더불어 베토벤의 중기 이른바 '걸작의 숲'으로 불리는

시기를 대표하는 소나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열정'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곡 중에서도 가장 격렬하게 감정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베토벤의 생애'의 저자인 프랑스 작가 로맹 롤랑은 "화강암 바닥위에서 타오르는 맹렬한 불길"

이라고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오늘날의 감성으로 보자면 뭐 이 정도의 뜨거움을 '격렬함'이라고까지

표할할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전적 기풍을 중시했던 당시의 오스트리아에서 이런 식의 음악적 표현은

격렬함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1악장과 3악장에서 폭풍같은 열정의 고조를 드러내고 그중간에놓인 2악장은

내면적 침잠과 엄숙함과 평안함을 보여줍니다.

그야말로 '베토벤적 리듬'이라고 특정할 만한

쥐락펴락하면서 앞으로 쭉쭉 나아가는 운동감이 곡의 전편에 가득합니다.

 

'열정'이라는 이름은 물론 베토벤의 작명이 아닙니다.

함부르크의 출판업자 아우구스트 하인리히 크란츠가 붙인 제목으로 알려져있는데 베토벤도

그 이름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작곡시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베토벤의 '자칭'비서 역할을 했던 안톤 쉰틀러에 따르면 베토벤은 이 소나타를 자신의 후원자인

프란츠 폰 브룬스비크 백작의 집에서 1806년에 단숨에 써내려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설로 인정받고 있지는 못합니다.

그보다는 베토벤의 제자였던 페르디난트 리스의 증언이 설득력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리스는 베토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쳤던 프란츠 안톤 리스의 아들인데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해 피아니스트로 데뷔하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베토벤의 제자이자 악보필경사 또 악보출판과 관련한 업무를 거들던 비서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함께 산책하던 베토벤이 '열정'의 악상을 입으로 흥얼가리다가 큰소리로 외쳐대기도 했다는

회고를 남겨놓고 있는데  그시기가 1803년이거나 그 이듬해였던 것으로 유추됩니다.

그래서 이 곡의 실질적인 작곡연도는 1804-1805년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열정'은 친구이자 후원자인 브룬스비크 백작에게 헌정한 곡입니다.

베토벤은 귀족의 후원을 받던 음악가였지만 동시에 자신을 후원했던 귀족들과 우정 어린 친교를

맺기도 했습니다. 브룬스비크 백작 뿐 아니라 루돌프 대공 같은 이도 있었습니다.

루돌프 대공은 베토벤의 피아노 제자이기도 했습니다.

대공은 피아노 소나타 26번 '고별', 피아노3중주 '대공 트리오' 등을 베토벤으로 부터 헌정받았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대공이라 함은 '황제의 형제' 라는 뜻인데 베토벤이 그런 이들과 주군과 신하의

관계를 뛰어넘어 친교를 맺을 수 있었다는 사실은 18세기 막바지부터 불어닥친 세상의 변화를

실감케하는 대목입니다.

바야흐로 유럽사회에는 변화의 조짐들 다시말해 기존의 체제에

균열이 가는 징후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베토벤은 그런 시대의 한복판에서 새로운 음악의 길을 닦고 있었던 것입니다.

피아노 소나타 23번 f단조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첫 장면부터 드러냅니다.

1악장의 머리에 붙은 알레그로 아사이는 '매우 빠르게'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질주하지는 않습니다. 매우 여린 음량으로 천천히 시작합니다.

비극적인 분위기의 묵시론적인 주제 선율이 땅속에서 울려 나오는 '어두운 예언'처럼

연주됩니다. 그리고 왼손으로 침울하게 짚어내는 '운명의 동기'가 인상적입니다.

두 번째 주제는 첫 주제와 달리 밝고 시원합니다.

이어서 폭풍우 치는 듯한 격렬한 악상들이 몰려옵니다

그러다 경과부를 마무리할 무렵 환상적인 분위기의 분산화음이 한차례 펼쳐진 뒤 '운명의 동기'가

빈번히 연타됩니다.

특히 그 동기를 포르티시모로 강타하는 장면이 1악장의 클라이맥스로 보면됩니다.

마지막에는 피아니시시모(아주 여리게)로 땅속으로 꺼져드는 것처럼 음악이 끝납니다.

2악장은 하나의 주제와 3개의 변주로 이뤄져 있습니다.

1악장의 격렬함을 잠시 잊게 만드는 휴식과도 같은 악장입니다.

단순하고 아름다운 하지만 매우 깊은 뒷맛을 느끼게 하는 선율이 안단테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다시 강렬함을 예고합니다.

주제가 마지막으로 재현되면서 악장이 끝나는가 싶더니 갑자기 포르티시모의 강력한 타건을 선보이면서

아타카(중단없이)로 3악장에 들어섭니다.

그 강렬함을 3악장 도입부에서 그대로 이어받습니다. 

도입부 직후의 첫번째 주제는 약간 몽환적입니다.

선율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고 둥둥 떠다니는 분위기를 풍깁니다.

두번째 주제도 격렬한 열정의 편린들이 불안한 느낌으로 펼쳐집니다.

그리고 3악장의 종결부 이 최후의 장면은 피아노 소나타 '열정'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프레스토로 급박하게 내달리면서 격렬한 감정이 활화산처럼 폭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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