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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스트라빈스키 - 불새

돌아온아톰 2017. 4. 27. 10:25

프랑스에서 20세기 음악의 싹을 틔운 사람은 클로드 드뷔시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세상을 떠나기 8년 전이었던 1910년에 한 러시아 청년이 파리에 진출해 <불새>라는

발레음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합니다.

드뷔시보다 스무 살 연하였던 당시 스물여덟 살의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882-1971)였습니다.

청년 시절의 그는 특히 파리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드뷔시의 인상주의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스트라빈스키도 훗날 "우리세대의 음악가들은 드뷔시에게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 라고

술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은 드뷔시에게 영향받은 프랑스적 인상주의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뛰어넘어 스트라빈스키 특유의 러시아적 색채와 에너지를 함께 보여줍니다.

훨씬 화려하고 근육질적입니다.

스트라빈스키도 만년의 회고에서 자신이 지닌 러시아적 유전자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고 있습니다.

"나는 평생을 러시아어로 말하고 러시아어로 생각한 체질적으로도 기질적으로도 러시아인이다.

어쩌면 내 음악은 그러한 러시아성을 명백히 드러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 배경과 숨은

본질에는 러시아성이 분명히 자리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나고 자랐으니 당연한 일일겁니다.

게다가 스트라빈스키는 러시아의 유명한 성약가였던 표트르 스트라빈스키의 아들이었습니다.

덕분에 스트라빈스키는 일찌감치 오페라와 발레의 맛에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드뷔시의 인상주의적 음악과는 맛이 다른 스트라빈스키의 좀더 강렬한

색채감은 스승이었던 림스키 콜사코프에게서 비롯하는 측면이 많았습니다.

림스키콜사코프는 이른바 러시아 5인조의 일원이었습니다.

러시아 5인조는 발라키레프, 보로딘, 큐이, 무소르그스키, 림스키콜사코프입니다.

서구와 다른 러시아적 음악을 지향했던 까닭에 '국민음악파'라고도 합니다.

 

원래 직업이 해군장교였던 림스키콜사코프는 러시아 5인조 중에서도 관현악법의 대가로 유명했습니다.

오늘날 자주 연주되는 그이 음악은 <스페인 기상곡>이나 <세헤라자데>같은 곡들인데 독일 오스트리아

음악 프랑스음악 등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이국적인 정취와 화려한 색채감이 두드러지는 곡들입니다.

말하자면 스트라빈스키는 러시아에서 가장 관현악에 능통했던 음악가를 스승으로 만났던 것입니다.

스트라빈스키가 림스키콜사코프를 처음으로 만난때는 1902년이었습니다.

법대 동기였던 블라디미르가 바로 스승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만남이 이뤄졌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해는 암으로 투병하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스트라빈스키는 어린시절부터 흠보했던 대작곡가 림스키콜사코프를 마치 아버지처럼

따르면서 음악을 공부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1908년 봄에 스승마저 타계하고 나자 매우 애통해했다고 전해집니다.

1910년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발레 <불새>는 큰 성공을 거둡니다.

미하일 포킨이 대본과 안무를 맡은 발레 <불새>는 러시아의 신화와 민담들을 뒤섞어 하나의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죠.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왕자 이반이 불사의 마왕 카슈체이의 정원에서

불새의 도움을 받아 마왕을 죽이고 마법에 갇혀 있던 공주를 구해 아내로 맞이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스트라빈스키는 이 발레의 성공으로 인해 그야말로 하룻밤사이에 유명한 작곡가가 됐습니다.

 

그는 1911년, 1919년, 1945년에 발레를 떼어낸 관현악 모음곡으로 이 음악을 다시 손질합니다

그래서 <불새>는 전막 발레 외에도 세 개의 모음곡 버전으로 존재합니다.

지휘자마다 각자의 기호에 따라 그중 하나를 선택해 연주하곤 합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1919년 버전이 자주 연주되는 편입니다.

음악은 한마디로 20세기 초반 파리에서 구현된 러시아풍의 낭만주의 판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법에 걸린 밤의 정경을 묘사하는 음산한  서주에서부터 슬라브적인 느낌을 물씬 풍깁니다.

러시아에서는 초자연적인 판타지를 오페라와 발레의 소재로 쓰는 일일 서유럽보다 흔했는데

스트라빈스키도 <불새>를 작곡하면서 앞 세대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나 봅니다.

스승인 림스키콜사코프가 작곡한 두 편의 오페라 <불사의 카슈체이>, <황금닭>에서 영향을

받았음직한 음형들과 기악적 테크닉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또 러시아 민요의 선율도 차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발레의 1막에 등장하는 이반왕자를 묘사하는 선율이 그렇습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파리의 청중을 의식한 듯한 인상주의풍의 선율도 간간히 튀어나옵니다.

그렇게 스트라빈스키는 기존의 음악적 재료들을 자신의 오선지 속으로 끌어들여 다른 이들은

흉내내기 어려운 독특한 분위기로 화려한 관현악의 향연을 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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