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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에릭 사티 - 3개의 짐노페디

돌아온아톰 2017. 4. 26. 11:35

에릭 사티는 1866년 프랑스 북쪽 노르망디의 바닷가 옹플뢰르에서 태어났는데 유년기에 어머니를 잃고

조부모 밑에서 성장합니다.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진한 고독감은 유년기의 경험에서 비롯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외로운 10대 시절을 보낸 사티는 1878년에 아버지가 있는 파리로 이주하지만 새어머니와의 불화와

갈등의 나날을 보냈다고 합니다.

얼마 뒤에는 파리음악원에 입학하지만 게으르고 집중력 없는 학생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중도탈락하고 맙니다.

1886년에 군에 입대해서도 여전히  '부적격자'였던 모양입니다.

기관지염 정서불안 등을 이유로 조기 제대합니다.

말하자면 사티는 세상을 잘 적응하지 못했던 젊은이였습니다.

그렇게 군대에서마저 방출된 사티가 찾아간 곳이 몽마르트 언덕이었고 카바레 '검은 고양이'에서

일자리를 얻게 됐습니다.

그는 이 카바레에서 주로 '그림자 연극'을 피아노로 반주했습니다.

그렇게 음악가로서 첫발을 내딛습니다.

사티는 역시 몽마르트에 있었던 '못의 주막' 으로 자리를

옮길때까지 거의 4년동안 검은 고양이에서 피아노를 연주합니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사티의 초기 피아노 작품들이 바로 몽마르트 시절에 특히 카바레

검은 고양이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던 시기에 작곡됩니다.

예컨대 <3개의 사라방드> <3개의 짐노페디> <3개의 그노시엔느>같은 곡들입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3개의 짐노페디>는 작곡가로서의 사티를 세상에 알린 곡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오늘날 드뷔시가 그중 두 곡을 관현악으로 편곡해 자신의 지휘로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3개의 짐노페디>가 보여주는 특징을 요약하자면 정서적 고독감 단순한 선율 종교적 신비로움

같은 표현들이 떠오릅니다.

물론 그것은 다른 두 곡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특징들이 제각기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한데 어울려서 사티 음악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사티의 고향은 앞서 언급했듯이 프랑스 북부의 항구도시 옹플뢰르인데 여섯 살 되던 해에

어머니를 잃은 사티가 특히 좋아했던 곳이 성당이었다고 합니다.

어린 사티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햇빗을 유심히 바라보거나 성가대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는 열 살 무렵에 옹플뢰르의 성 네오나르 성당에서 오르간을 연주했던 비노에게서

음악을 배웁니다.  말하자면 비노는 사티의 첫 번째 음악선생이었던 것입니다.

사티는 그에게서 피아노를 배웠고 그레고리안 성가 등 중세 음악에 대해서도 눈을 뜨게 됩니다.

그의 초기 피아노곡들에서 나타나는 흐릿한 존재감 조용히 가라앉아 있는 리듬 그레고리안 성가를

연상시키는 신비한 선율 등은 바로 그런 경험에서 연유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사티의 초기 음악들은 중세적 명상이라고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그의 음악에서 고리타분한 종교성이 느껴지는 것은 아닙니다.

몽마르트의 카바레에서 날마다 대중적 음악을 연주했던 그는 명상적이면서도 듣는 이에게

쉽게 다가갈수 있는 곡들을 썼습니다.

그것은 당대의 주된 흐름이었던 후기 낭만주의 또 프랑스의 드뷔시가 개척한 인상주의 음악과도

사뭇 달랐습니다.

사티는 감정의 과잉을 좋아하지 않았을 뿐더러 인상주의 음악가들이 애호했던

관념적 소재 모호한 표현법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티의 음악은 차갑고 건조한 것 같으면서도 듣는 이에게 감각적을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3개의 짐노페디>는 제목처럼 모두 3곡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짐노페디'(Gymnopedies)는 그리스어로 벌거벗은 소년들이라는 뜻입니다.

고대 그래스의 축제에서 소년들이 벌거벗고 추는 춤을 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적이기보다는 상징적인 제목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벌거벗었다'라는 표현은 사티의 음악에 매우 적절한 제목이기도 합니다.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어버린 말하자면 불필요한 장식이나 감정의 과다노출이 없는

단순한 음악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사티의 친구였던 시닝 장 콕토도 이 곡을 듣고는 벌거벗은 음악이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사티의 음악이 대개 그렇듯이 연주시간은 짧습니다.

가령 이 곡을 가장 느리게 연주하기로 유명한 네덜란드 태생의 피아니스트 라인베르트 데 레우는

15분52초에 걸려 연주합니다.

하지만 대개의 피아니스트들은 10분 안팎으로 연주합니다.

1곡에는 '느리고 고통스럽게' 2곡에는 '느리고 슬프게' 3곡에는 '느리고 엄숙하게' 라는

지시가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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