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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작곡가 모데스트 무소리그스키(Modest Mussorgsky(1839-1881))모음곡 <전람회의 그림>은
전형적인 묘사음악입니다.
<전람회의 그림>은 10개의 회화작품을 10곡의 음악으로 묘사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곡의 사이사이에는 간주의 성격을 갖는 프롬나드(Promenade)를 배치해 놨습니다.
프롬나드라는 것은 천천히 걷는 걸음걸이를 뜻합니다.
옛날 우리선비들이 조용히 시를 읊조리면서 천천히 걷는 것을 미음완보라고 했는데
프롬나드는 그 '완보'와 같은 의미입니다.
1873년 무소르그스키가 서른네 살때의 일인데 가까운 친구였던 빅토르 하르트만이 세상을 떠납니다.
화가이자 건축가, 다지이어이기도 했던 하르트만은 무소르크스키보다 다섯 살 많은 친구였습니다.
마흔도 되기 전에 동맥류 파열로 저세상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두 사람이 친교를 맺은 것은 1870년 부터였으니 만난지 오래된 친구는 아니었지만
무소르그스키는 하르트만의 예술적 식견과 재능을 매우 높게 평가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듬해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친구들의 주선으로 하르트만의 추모전이 열렸습니다.
꽤 규모가 컸던 전시회였는데 수채화 유화 건축 스케치 등 약 400점의 작품이 전시됐다고 합니다.
물론 무소르그스키도 그 전시회에 다녀왔을 겁니다.
당시의 그는 러시아 시인 푸슈킨의 대하역사극
'보리스 고두노프'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오페라를 작곡해 막 초연을 끝냈을 때였습니다.
연주시간이 세 시간에 달하는 대작을 써냈던 무소르그스키가 곧바로 작곡에 돌입한 작품은
의외로 규모가 아담한 곡이었습니다.
바로 친구의 추모전에 다녀온 직후에 작곡을 결심한 피아노 독주곡 <전람회의 그림>이었습니다.
무소르그스키는 친구의 유작 가운데 열 작품을 음악으로 옮겨놓습니다.
따라서 이 곡은 회화를 음악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앞서 언급한 '프롬나드'는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소르그스키는 전시회장에 들어선 관람객의 느릿한 발걸음을 함께 묘사하면서 단순히
그림을 음악으로 옮겨놓는 것 이상의 '입체적 공간감'을 만들어 냅니다.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 다시 말해 관찰자의 주관성까지 아울러 묘사하면서 한층
커다란 음악적 울림을 만들어 냈던 것입니다.
게다가 프롬나드는 항상 일정하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약간 급하게 어떤 때는 천천히 그러다가 때로는 발걸음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첫 번째 프롬나드는 소박하면서도 힘찬 건반의 울림으로 전시회장에 들어선 느낌을 전해줍니다.
이어서 뒤뚱거리며 뛰어다니는 모습과 서글픈 비애감이 어우러지는 1곡 '난쟁이'가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프롬나드가 이어집니다.
이어지는 2곡 '옛 성'은 <전람회의 그림>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답고 서정적입니다.
하르트만이 그린 이탈리아의 오래된 성 밑에서
음유시인이 노래하는 모습을 음악으로 옮겨놓은 곡인데 러시아적 음조가 매혹적으로 흘러나옵니다.
세 번째 프롬나드는 단호하고 장엄합니다.
이어지는 3곡 '튈르리 궁전'은 정원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밝고 화사하게 묘하하고 있습니다.
활달하고 귀여운 느낌의 악상이 펼쳐집니다.
그러다가 4곡 '비들로'에서 우울하게 가라앉습니다. 비들로는 소가 끄는 달구지를 뜻합니다.
애상적인 선율이 다소 무겁게 흘러가다가 마침내 클라이맥스 그러고는 사라지듯이 끝납니다.
네 번째 프롬나드는 그 애상적인 바통을 그대로 이어받습니다.
섬세하고 느린 터치로 단조의 선율이
흘러나오다가 갑자기 템포가 빨라지면서 5곡 '껍질을 덜 벗은 햇병아리들의 발레'로 연결됩니다.
병아리들이 삐약거리며 뛰노는 모습을 앙증맞고 귀엽게 묘사합니다.
이어서 등장하는 6곡 '사무엘 골덴베르크와 슈밀레'는 연극적인 장면이 펼쳐지는 재미있는 음악입니다.
'한 사람은 부자이고 한 사람은 가난뱅이인 두 유대인'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8곡 '카타콤바'는 무겁고 엄숙합니다.
카타콤은 로마시대의 지하묘지로 박해받던 기독교인들이 묻혔던 곳입니다.
피아노가 화음을 묵직하게 짚으면서 신비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9곡 '닭다리 위의 오두막'은 '바바야가의 오두막'이라고도 불립니다.
바바야가는 러시아 민담에 등장하는 마녀 캐릭터입니다.
하르트만이 그린 바바야가의 오두막 아래쪽에는 닭의 다리가 그려져 있습니다.
원래는 독특한 모양의 시계를 디자인한 데생 작품인데 매우 만화적인 상상력을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현대예술의 관점에서 바라봐도 화가 하르트만의 천재성이 느껴집니다.
음악은 마녀 바바야가가 뭔가 화를 버럭 내는 듯한 분위기로 시작합니다.
빗자루를 타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모습, 마녀의 변덕스러운 성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가장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는 곡은 마지막으로 연주되는 10곡 '키예프의 대문'입니다.
당시 키예프 시는 도심에 웅장한 문을 건설할 예정이었습니다.
아직 지어지지 않은 상태였지만 화가 하르트만은 이 대문을 상상해 한 폭의 그림으로 남겨
놓았습니다.
러시아식의 둥근 지붕과 뾰족한 첨탑 말을 타고 성 안으로 달려 들어오는
병사들의 모습니 보입니다.
무소르그스키는 <전람회의 그림>의 마지막 방점답게
러시아적 선율미와 웅혼한 기백이 넘치는 스펙터클을 펼쳐내고 있습니다.
1곡부터 10곡까지의 연주시간은 약35분인데 이 곡은 피아노 독주와 관현악 편곡의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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