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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베를리오즈 - 환상교향곡

돌아온아톰 2017. 4. 25. 11:35

1804년 황제에 오른 나폴레옹은 유럽 곳곳을 정복했습니다.

신성로마제국을 멸망시키고, 스페인을 속국으로 만들고 합스부르크 왕가의 본거지인 오스트리아를

굴복시켰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와 영국과의 전쟁에서 패하며 결국 1814년 4월에 지중해의 작은섬

엘바로 유폐됩니다.

나폴레옹이후 프랑스혁명의 이념이 유럽곳곳으로 전파됩니다.

그렇게 혁명과 낭만이 뒤섞인 시대의 음악은 낭만주의가 유행하는데 문학과 음악의 융합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났던 시대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융합'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21세기에 들어와서이지만

사실 이 융합이라는 것은 19세기 초반의 낭만주의 음악에서 이미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낭만주의적 시를 가사로 삼은 '가곡'을 비롯해 한 편의 소설처럼 드라마틱한 성격을 띠는

'표제적 교향곡'이 중요한 장르로 등장하게 됩니다.

베를리오즈(Louis Hector Berlioz(1803-1869))의 <환상교향곡>은 그 지점의 잘보여주는 음악입니다.

혁명과 반혁명의 충돌이 가장 극심했던 프랑스에서 1830년에 작곡된 곡입니다.

이 음악은 한마디로 '소설적 교향곡'으로서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프랑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음악으로 자리해 있습니다.

사실 이곡엔 셰익스피어의 연극에서 받았던 감동과 오필리어와 줄리엣을 연기했던 여배우

해리엇 스미스슨을 향한 사랑 또 베토벤의 교향곡과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받은 영감과 자극이

녹아있습니다.

또한 베를리오즈는 파리음악원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거의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했던

그래서 작곡가로서는 보기 드물게 피아노를 연주할 줄 몰랐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에 문학적 상상력이 풍부했던 그는 낭만주의 시대의 선택을  받은 음악가였습니다.

독일의 바그너가 그랬던 것처럼 프랑스의 베를리오즈도 기질적으로 고전보다 낭만에 어울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야기꾼으로서의 기질도 그렇거니와 인생을 살면서 겪었던 갖가지 풍파와

자기 과시적인 태도 같은 기질적 낭만성이 당대의 예술적 흐름과 만나면서 음악사를

아로새긴 걸작을 남기게 된 것입니다.

 

<환상교향곡>은 짝사랑했던 여인 스미스슨을 생각하면서 작곡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베를리오즈 본인의 자전적 기록에 따르면, 1827년 파리 오데옹 극장에서 영국의 한 극단이

<햄릿>을 공연하는 걸 보았다고 합니다.

그 다음 날에는 <로미오와 줄리엣>포스터가 내걸렸고 베를리오즈는 그 연극도 한걸음에

달려가 관람했다고 합니다.

한창 혈기왕성한 베를리오즈는 세익스피어 연극에 매료됐을 뿐 아니라 여배우 스미스슨에게

완전히 빠져 버립니다.

훗날 이렇게 회고하합니다. "나는 절망적인 상태로 몇 개월을 보냈다. 모든 파리 사람들을

탄식하게 만든 오필리어 역의 여배우 꿈을 꾸었다"

그리고는 거의 스토킹에 가까운 구애를 퍼붓습니다.

광적인 러브레터를 계속 보냈던 것입니다. 하지만 잘나갔던 스타 배우였던 스미스슨은

무명의 작곡가를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녀는 '스토커 베를리오즈'가 무서웠을지도 모릅니다.

베를리오즈는 스미스슨을 향한 짝사랑이 좌절된 후 다른 여인에게 마음을 뺏기기도 합니다.

벨기에 출신의 피아니스트 마리 모크와 사랑에 빠져 청혼까지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유명한 피아노 제작자인 이그나츠 플레옐과 결혼합니다.

베를리오즈는 격분하여 "그들을 죽이고 자살하려고 했다" 는 기록을 자서전에 남겨놓습니다.

광적인 성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베를리오즈는 훗날 1832년에 자신이 그토록 구애했던 아일랜드 출신의 여배우

스미스슨과 재회합니다.

말하자면 인기가 시들해진 왕년의 스타 게다가 자신이 직접 극단을 만들었다가 파산하기까지 한

스미스슨과 파리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베를리오즈는 빈털터리가 된 이 딱한 여인과 이듬해에 결혼합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합니다. 두사람은 아들을 한 명 낳고 헤어집니다.

그녀가 알코올 중독자여서 파경을 맞았다는 '설'도 있지만 100퍼센트 신뢰할 순 없습니다.

<환상교향곡>은 스미스슨을 향한 연모가 좌절된 직후인 1830년에 작곡한 곡입니다.

한 여인에 대한 집착적인 사랑과 환상을 한 편의 드라마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몽상가 베를리오즈는 '어느 예술가의 생애와 에피소드'라는 부제까지 붙여 자신의 이야기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음악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고통받던 한 예술가가 아편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는데 아편의 양이 치사량에 미치지 못해 혼수 속에서 온갖 환각을 겪는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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